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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2025-05-07
문화
북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부서지는 아이들
'다정한 부모의 허상을 파헤치다'
모든 불편과 불안을 해결해주는 부모가
‘연약한 금쪽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세대는 내 아이만큼은 다르게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자녀의 정서에 민감한 ‘친구 같은 부모’가 되겠다는 결심 아래 온갖 전문가의 코칭과 육아서를 섭렵했고, 아이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이고, 아이의 기분과 생각을 자주 묻고, 집안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아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또 부모들은 자녀에게 “안 돼”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을, 벌주지 않는 것을 내심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훈육 과정에서는 자녀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선택’과 ‘취향’에 가까운 단어를 사용해 아이들이 혼동하게 했다. 이처럼 부모들은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통제권을 잃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시키기 위해 자녀에게 애걸복걸하는 약자로 전락했다.
이와 함께 슈라이어는 자녀가 느끼는 사소한 불편조차 없애주려고 안달하는 부모들의 세태를 꼬집는다. “목욕할 때 눈에 물이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목욕 모자를 씌우고, 햄버거 빵의 참깨를 세심하게 떼어주는” 것처럼, 아주 작은 불편마저 독소처럼 취급하는 부모들로 인해 아이들은 정상적인 혼란과 성장 과정에 꼭 필요한 스트레스마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저자가 인터뷰한 신경심리학자에 따르면 요즘 많은 아이들이 불안장애와 공포증에 시달리는 배경이 되기도 하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딪히고, 경험하고, 좌절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빼앗긴 채 자라나고 있다.

“양육의 외주화, ‘어린 나르시시스트’들을 키워내다”
회초리를 치우고 약물을 택한 어른들
슈라이어는 부서지는 아이들 뒤에는 양육의 주도권을 포기한 부모와 이를 넘겨받은 ‘전문가’들이 있음을 지적한다. 권위 잃은 부모들은 자녀를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아이의 심리와 정서를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 달려갔다. 이 과정에서 정말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닌 자연스러운 혼란과 우울을 겪는 아이들에게마저 진단명이 꼬리표처럼 붙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그럴 수밖에 없는 아이’라는 전문가의 말에 부모는 안심했고, 단호한 가르침과 규율 대신 상담과 약물이 양육의 수단이 됐다.
여기에 원래는 참전 군인에게 적용하는 트라우마 이론을 일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소아청소년에게 남발하면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유년기의 경험이나 정서적 상처 탓으로 돌리도록 키워졌다. 덕분에 아이들은 더 이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며, 진단명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올리고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소비한다. 저자는 자기감정에 몰두하고 자기 서사에만 안주하는 ‘우울한 나르시시스트’가 키워지는 현실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아이들의 회복력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매커니즘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부서지는 아이들에서 ‘빈껍데기 성인’으로”
감정 존중 양육은 어떻게 공동체의 뿌리를 흔드는가
저자가 인터뷰한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학생들이 “짜증을 부리고, 울거나 소리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하고,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는거나 성희롱하는” 경우가 최근 10년 사이 급증했다. 그러나 ‘감정 존중’의 덫에 빠진 학교는 이런 문제 행동을 ‘도움을 원하는 외침’으로 해석하고 관대하게 대응한다. 또 우울하거나 불안한 정서를 호소하는 아이는 아무 제한 없이 숙제와 시험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교육적 배려’가 이루어진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공동체의 규범을 존중하고 절제력을 길러주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문제는 이처럼 마땅히 있어야 할 제재와 가르침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기본적인 일조차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모든 것을 트라우마와 부모 탓으로 돌리며, 삶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는 ‘빈껍데기 어른’이 되어 사회로 나온다는 사실이다. 부모나 교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우리 시대의 양육의 위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이처럼 감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모든 불편과 불안을 해결해주는 양육 방식이 개인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결국 공동체 전체의 회복력까지 약화시키고 있음을 경고한다.
“달콤한 설탕 가루 속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모두가 잊고 있었던 양육의 ‘본질’에 대한 뼈아픈 성찰
어린 시절이 존재하는 이유는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마침내 해내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고통과 상실이라는 독성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다. 그러나 어른들은 오랫동안 이 사실을 무시해왔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능력을 폄하하고 우리가 그 나이 때 당연히 했던 일을 요즘 아이들은 절대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애비게일 슈라이어는 “아이들은 지금보다 뭔가가 더 적었을 때 훨씬 더 잘 컸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녀의 삶에서 ‘한발 물러날 용기’를 제안한다.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간섭과 개입을 멈추고 위험을 감수할 기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선택권’을 부여하라는 것이다.
‘감정 존중 육아’와 ‘다정한 부모’라는, 이 시대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가치관의 맹점을 정면으로 드러낸 『부서지는 아이들』은 “읽고 나니 다름 아닌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며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 완벽하게 맞닿은 책”, “불편하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 등 전 세계 부모들의 폭발적인 자기 고백을 이끌어냈다. “한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가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관심 있는 모두가 읽어야 할 쓰디쓴 약이다.
